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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은 우리만 할 수 있다

3부 | 김회민 대표


(텀블벅 페이스메이커에 기고된 글입니다.)

근 10년간 해본 적 없던 SNS에 자주 접속했다. 트위터에서는 여러 서브컬쳐 팬들이 모여 각자 취향을 나누고 관계를 맺는다. 나는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이 <청구야담: 팔도견문록>에 관심을 갖는지 궁금했다. 대부분 그림체와 캐릭터 성격, 설정으로 관심을 가졌다. 트위터에서는 이런 캐릭터 취향이 다소 BL이라는 코드로 표현된다. 요즘 유행하는 ‘집착광공(어떤 것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캐릭터를 뜻하는 신조어)’이 하나의 좋은 예다.

정작 내 눈길을 끈 유저들은 따로 있었다. 트위터에서 ‘한복계’라고 불리는 그들은 한복이라는 특정 장르에 관심 갖고, 우리나라의 문화적 수호자를 자처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나라 한복의 미를 알리고, 주변국의 역사 왜곡을 고발하고 대응한다니. 지나간 시대의 맹목적인 애국심의 발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우리의 것이 훌륭하다고 여겨 널리 알리고 지키려는 사람들, 이 사람들의 태도야말로 21세기적 애국의 표현이 아닌가. 좋은 한국사 게임은 억지로 주입된 정치적 아젠다 대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뽐내며, 경쟁력 있는 문화를 담아야 한다. 그것이 ‘한복계’를 보며 얻은 교훈이다.

나는 역사가 정말 좋다. 한국사는 당연하고, 다른 나라 역사 중에서는 미국의 정치사와 중세 가톨릭 역사를 좋아한다. 하지만 미국 정치사나 가톨릭 역사를 선호한다고 해서 이를 게임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 해당 국민만큼 역사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자국민이 자국의 역사로 게임을 만드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개발사가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배경으로 한 게임 ‘발리언트 하츠: 더 그레이트 워(Valiant Hearts: The Great War)’를 만들고, 일본 게임 회사가 전국시대의 치열한 대립을 다룬 대전략 게임 ‘신장의 야망 시리즈’를 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랜 고민 끝에 탄생한 <청구야담: 팔도견문록>


내가 한국사 소재 게임 제작을 결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한국 사람이 대한민국 역사를 제일 잘 알고, 그렇기에 게임 내 한국 문화가 가진 저력을 잘 녹여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만일 주변 국가가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왜곡하고 그들의 게임을 통해 왜곡된 의식을 확산시키려 할 때 적절한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전통을 콘텐츠로 널리 알리는 것이다. 특히 검증된 상업성을 바탕으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장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국산 게임을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전 세계 유저들이 플레이하며 역사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 개발사만이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코스닷츠가 ‘자연스러운’ 한국사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우리는 앞으로도 한국사를 소재로 게임을 만들 것이다. 다만 예전처럼 무언가의 메시지나 공익적인 요소가 전면에 부각된 게임보다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 중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주제를 발굴해 게임화하고 싶다. <청구야담: 팔도견문록>이 이런 방향성의 변화가 반영된 게임 프로젝트다.

최근 한국 문화가 가진 가능성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음을 체감한다. 텀블벅에서도 우리나라를 소재로 한 펀딩 프로젝트들이 많이 늘었다.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우리 모두 힘냅시다. 우리 것은 우리만의 것이지, 남들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억지로 주입된 맹목적인 애국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워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