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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김회민 대표


(텀블벅 페이스메이커에 기고된 글입니다.)

비디오 게임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게이머 계층도 지속적으로 분화했다. 남성과 여성, 코어와 캐주얼 게이머, 액션과 네러티브 지향 등으로 첨예하게 나뉘어 있다. 하지만 모든 게이머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 타깃을 정해야 한다. 게임 펀딩에 가장 적극적인, 우리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더 나아가 코어 팬층이 되어줄 사람들은 누구인가? 성공한 텀블벅 게임 프로젝트로 펀딩 후원자의 성향을 분석했을 때 크게 두 갈래로 나눠짐을 알게 됐다. 하나는 남성향 / PC / 액션, 또 하나는 여성향 / 모바일 / 스토리다. 우리는 액션보다 스토리에 집중하므로 자연스레 후자에 초점을 맞췄다.


'여성향'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캐릭터성으로, 게임 경쟁력의 70%는 캐릭터 설정과 디자인이다. 나머지는 성우 연기와 이야기의 완성도다. 어떤 장르여도 공식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여성향 게임의 마케팅은 데이팅 앱 틴더(Tinder)와 흡사하다. 첫인상과 프로필이 마음에 들면 대화를 걸고, 아니면 넘기는 거다. 성격이나 속마음도 외모가 마음에 들어야 의미를 갖지 않겠나. 그렇다면 캐릭터성이 잘 드러날 장르와 설정은 무엇일까? 그때 한국사에서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이자 잠재적 팬들까지 매력을 느낄 캐릭터 '전우치'가 떠올랐다.


유유자적하게 조선 방방곡곡을 여행하는 도사. 도술을 부려 탐관오리로부터 백성을 돕는 선한 모습과 가끔은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해 괴물의 꾐에 넘어가고 마는 허당의 모습까지 상반된 모습이 매력적이다. 강동원 주연 영화 <전우치>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파이프 담배 하면 떠오르는 탐정과 전우치를 합친다면?





정 도사와 조 군관 초기 디자인 이미지.



주인공 '정 도사'는 전우치라는 뼈대에 셜록 홈즈를 한 스푼 더해 탄생했다. 도사이자 탐정인 정 도사는 조선 팔도를 여행하며 괴물이 벌이는 사건을 추리로 해결한다. 셜록 홈즈를 본떴으니 조수 왓슨 역할도 필요했다. 조수이자 브로맨스 상대가 되어줄 캐릭터를 구상했다. 정 도사가 조선 통치 시스템에서 벗어났으니, 파트너는 제도권 안의 사람이면 어떨까? '조 군관'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조 군관은 무과 급제자 출신의 엘리트 양반으로, 모종의 이유로 정 도사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성장 과정은 다르지만 선한 마음씨가 닮은 둘은 여행으로 서로에게 점차 마음을 열고 친구 사이로 거듭난다. 홈즈와 왓슨처럼 말이다. 이러한 구상을 서브컬처에 조예가 깊은 팀원들과 나누었고, 이들의 뛰어난 솜씨 덕에 주인공 콤비가 완성됐다. 캐릭터와 게임 기획을 얼추 완성한 후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홍보를 시작했다. 많은 트위터 유저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냈고, 컨셉대로 텀블벅 펀딩을 한다면 결과가 좋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가능성이 보이자 작업 속도도 빨라졌다. 모든 팀원이 심기일전해 펀딩을 준비했다. 리워드 구조부터 펀딩 소개용 그림, 데모까지 빠르게 개발했다. 4주간 준비한 <청구야담: 팔도견문록>은 2021년 5월 11일 론칭, 50일간의 펀딩 끝에 달성률 550%, 후원액 5,500만 원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게다가 역대 텀블벅 모바일 게임 중 3위라는 기록까지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이제 상업적 성공 가능성은 검증됐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1부 | 김회민 대표


(텀블벅 페이스메이커에 기고된 글입니다.)


‘인디’라는 말에는 사람을 이끄는 반골의 매력이 있다. 독립, 그중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하는 마법의 단어. 돈이 제일의 가치가 아니라는 해방의 선언. 금전적 성공보다는 자아실현이나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 숭고한 표현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인디’를 멋있다고 느꼈다. 힘든 날 위로를 안겨준 홍대 인디씬의 수많은 밴드들과 태평양을 건너 모니터 너머로 날아와 수능 전날까지 밤잠을 설치게 한 프리버드 게임즈(Freebird Games)의 ‘투 더 문’까지. 언젠가 그들처럼 되리라 다짐했다.


기회는 2017년 말 찾아왔다. 내 인생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겼고, 우리만의 '인디'를 시작하기 위해 팀을 만들었다. 아무도 만든 적 없는, 긍정적인 가치를 담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한국사 전문 게임 스튜디오, ‘코스닷츠’가 탄생했다.


코스닷츠 사무실 풍경


코스닷츠는 2018년과 2019년, 제주 4.3을 다룬 모바일 게임 <언폴디드> 시리즈를 출시했다. 출시 직후 소소하게 수상도 하고, 매체 인터뷰도 하며 그럭저럭 잘 나갔다. 하지만 점차 ‘지속 가능성’의 문제가 드러났다. 유일한 수익 모델인 인 게임 내 팝업 광고는 한 달간 10달러도 벌지 못했다. 의도는 숭고했을지 몰라도 수익은 거의 없는 셈이었다. 다른 생업이 없는 상황에서 돈 문제는 크게 다가왔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스케일을 키워 신작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한국사 게임’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 아이돌이나 드라마도 세계로 진출하는데, 한국사 게임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랴. 필요한 것은 자본이었다. 그래서 과감히 플랫폼을 모바일에서 PC로 바꾸고, 각종 지원 사업에 도전했다. 보증 기금 대출을 받았고, 직원들도 고용했다. 21년 3월, 세 번째 <언폴디드> 시리즈 <동백이야기>를 시장에 출시했다. 야심 찬 시도였다. 하지만 제작비의 1/10도 벌지 못했다. 이어진 실패. 가장 큰 원인은 무관심이었다. 5개 국어로 번역해 출시했지만, 세계의 게이머들은 한국의 아픈 근현대사에 관심이 없었다. 잠깐은 사람들이 원망스러웠지만, 그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 공권력에 의한 양민 학살이 즐거운 소재도 아닌 데다가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놓친 것이기에. 사무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자아실현을 위해 어쭙잖게 덤비다 빈털터리가 된 바보로 남고 싶진 않았다. <동백이야기> 출시 다음 날 신작 기획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익성을 고려했다. 우리는 신작으로 돈을 벌어야만 한다. 그런데 돈 되는 게임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열심히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사랑해 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선 실패로 확인했다. 의사 결정을 위한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인디는 늘 자원이 부족하다. 시간도 인력도 모자라다. 그러다 보니 트렌드를 분석하기도, 수익성을 분석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에는 수많은 인디 게임 프로젝트가 올라오고 대중들의 선호를 얻은 게임은 목표치를 훌쩍 넘기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그러니 텀블벅은 게임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는 척도가 될 거다. 신작의 방향성이 정해졌다. 한국사 게임이라는 정체성은 살리면서 펀딩에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을 기획하기로 했다.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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