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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일

안녕하세요, 코스닷츠입니다.

가을이 찾아왔네요! 이번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정 도사 개발일지 이후 시간이 걸린 것 같아, 이번 조 군관 개발일지는 길게 써보았습니다.

오늘은 정 도사의 파트너이자 게임의 또 다른 주인공, 조 군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 캐릭터 소개

조 군관은 한양 명문가의 둘째 아들로, 별시를 통해 무관직에 합격한 엘리트입니다. 본디 세자를 호위하는 '세자 익위사' 였습니다만, 지금은 어찌 된 일인지 지방 관아의 군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조 군관은 어릴 때부터 양반으로서의 책임감을 교육받았기 때문에, 원리원칙을 따지는 성격입니다. 매사에 옳고 그른 것에 민감하고, 백성들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올곧은 점이 정 도사의 흥미를 자극하지요.


파트너인 정 도사가 홈즈라면, 조 군관은 왓슨입니다. 조선 시대라는 배경에 어울리는 상식인으로, 정 도사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좋은 친구입니다. 한 번 친해지면 사람을 끝까지 신뢰하는 듬직한 성격이지요.


다만 도술의 세계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입니다. 그간 알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는 쉽게 당황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괴물을 처음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거나, 기이한 주술을 보고 동요한다거나...


2. 디자인 모티프


(초기 스케치. 띠돈 고증은 아직 하지 않은 모습)

조 군관의 경우 특별히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캐릭터는 없습니다만, 정 도사와 대비되는 디자인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정 도사가 구름 같은 도사라면, 조 군관은 대나무 같은 무관이지요. 그 성격에 맞게 듬직한 무인을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정 도사의 트레이드마크가 약초가 담긴 파이프라면, 조 군관의 트레이드마크가 군용 칼인 환도라는 점도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환도는 일상적 세상에서의 무력을 상징합니다. 칼은 괴물을 해치울 수는 없어도, 탐관오리와 범죄자를 심판할 수는 있지요.


3. 복장의 고증

게임의 배경이 되는 16세기의 복식을 기준으로 디자인하였습니다.

당시 무관들의 평균적인 복장이었던 '홍철릭' 위에, 면으로 된 겉옷을 덧대어 입은 모습입니다.

신발은 솜으로 누비고 가죽을 덧댄 '목화'신으로 고증하였습니다.

4. 모자를 쓰지 않은 이유

흔히 무관의 모자 하면 생각나는 사또 모자는 조선 후기의 구군복과 함께 대중화된 복식으로, 시대상이 맞지 않았습니다.

조선 전기 무관들은 흑립 등 다른 모자를 착용했습니다.

조 군관에게 흑립을 씌울 경우 정 도사의 복장과 겹치기에, 기본 복장에서는 아예 모자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디자인했습니다.


5. 환도와 패용 고증

(출처 : 세종실록)

'환도'는 조선시대에 무기로 사용된 칼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말입니다. 법으로 정해진 규격이 없었기에 다양한 형태의 환도가 있었지만, 대체로 곧은 형태를 바탕으로 완만하게 굽어지는 모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용 결속 도구인 띠돈을 통해 패용하는 것이 조선 환도의 특징입니다. 조선의 무관들은 고리와 끈으로 이루어진 띠돈을 이용해 칼을 차고도 쉽게 말을 탈 수 있었습니다.

흔히 조선 환도는 칼자루가 뒤쪽으로 오는 방식 (1점식 띠돈매기)으로만 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조선 전기까지는 칼자루가 앞쪽으로 오는 방식(2점식)을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조 군관의 경우 시점 때문에 고리와 끈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칼자루가 앞쪽으로 오는 패용 방식을 택한 모습입니다.

(혹 이상의 서술에 대하여 오류가 있다면 문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 개발일지에서는 <청구야담 : 팔도견문록>의 세계관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신수와 괴물, 선계와 속계, 도사 등의 설정에 대해 더 자세히 소개하려 합니다.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3부 | 김회민 대표


(텀블벅 페이스메이커에 기고된 글입니다.)

근 10년간 해본 적 없던 SNS에 자주 접속했다. 트위터에서는 여러 서브컬쳐 팬들이 모여 각자 취향을 나누고 관계를 맺는다. 나는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이 <청구야담: 팔도견문록>에 관심을 갖는지 궁금했다. 대부분 그림체와 캐릭터 성격, 설정으로 관심을 가졌다. 트위터에서는 이런 캐릭터 취향이 다소 BL이라는 코드로 표현된다. 요즘 유행하는 ‘집착광공(어떤 것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캐릭터를 뜻하는 신조어)’이 하나의 좋은 예다.


정작 내 눈길을 끈 유저들은 따로 있었다. 트위터에서 ‘한복계’라고 불리는 그들은 한복이라는 특정 장르에 관심 갖고, 우리나라의 문화적 수호자를 자처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나라 한복의 미를 알리고, 주변국의 역사 왜곡을 고발하고 대응한다니. 지나간 시대의 맹목적인 애국심의 발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우리의 것이 훌륭하다고 여겨 널리 알리고 지키려는 사람들, 이 사람들의 태도야말로 21세기적 애국의 표현이 아닌가. 좋은 한국사 게임은 억지로 주입된 정치적 아젠다 대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뽐내며, 경쟁력 있는 문화를 담아야 한다. 그것이 ‘한복계’를 보며 얻은 교훈이다.

나는 역사가 정말 좋다. 한국사는 당연하고, 다른 나라 역사 중에서는 미국의 정치사와 중세 가톨릭 역사를 좋아한다. 하지만 미국 정치사나 가톨릭 역사를 선호한다고 해서 이를 게임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 해당 국민만큼 역사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자국민이 자국의 역사로 게임을 만드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개발사가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배경으로 한 게임 ‘발리언트 하츠: 더 그레이트 워(Valiant Hearts: The Great War)’를 만들고, 일본 게임 회사가 전국시대의 치열한 대립을 다룬 대전략 게임 ‘신장의 야망 시리즈’를 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랜 고민 끝에 탄생한 <청구야담: 팔도견문록>


내가 한국사 소재 게임 제작을 결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한국 사람이 대한민국 역사를 제일 잘 알고, 그렇기에 게임 내 한국 문화가 가진 저력을 잘 녹여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만일 주변 국가가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왜곡하고 그들의 게임을 통해 왜곡된 의식을 확산시키려 할 때 적절한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전통을 콘텐츠로 널리 알리는 것이다. 특히 검증된 상업성을 바탕으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장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국산 게임을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전 세계 유저들이 플레이하며 역사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 개발사만이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코스닷츠가 ‘자연스러운’ 한국사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우리는 앞으로도 한국사를 소재로 게임을 만들 것이다. 다만 예전처럼 무언가의 메시지나 공익적인 요소가 전면에 부각된 게임보다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 중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주제를 발굴해 게임화하고 싶다. <청구야담: 팔도견문록>이 이런 방향성의 변화가 반영된 게임 프로젝트다.


최근 한국 문화가 가진 가능성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음을 체감한다. 텀블벅에서도 우리나라를 소재로 한 펀딩 프로젝트들이 많이 늘었다.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우리 모두 힘냅시다. 우리 것은 우리만의 것이지, 남들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억지로 주입된 맹목적인 애국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워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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